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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나이트윙 리버스 애뉴얼 #2

 

Nightwing Rebirth Annual #2: The Very Friendly Owl  설정 정리

보통 tpb로 구매해서 읽는 편인데, 이번 애뉴얼은 리버스 배트맨 #55와 리버스 나이트윙 #50 사이에 있었던 공백을 메우는 이슈라 하여 이북으로 미리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댄 저건스는 나름 노력했다. 다만 롭델이 저질러 놓은 것이 너무 컸을 뿐.. 그렇게 설정이 한층 더 쓰레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은 나오고 얼마 안 돼서 읽었는데 사족을 넣다 보니 두 달이 넘도록 끝이 안 나서 그냥 설정 관련만 간단히 추리기로 했다. 쓸수록 열 받아서 못해먹겠잖어.

일단 시작하기 전에 리버스의 특수성에 대해 상기하고 가도록 하자.

리버스는 뉴오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캐릭터들의 특성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나 뉴오이처럼 특정 이벤트를 거쳐 한 번에 리런치(를 빙자한 리부트)가 되는 것이 아니다. 리버스 솔로 이슈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이 있을 것이라는 단서만 던져주고 뉴오이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리버스 타임라인(온고잉)이 이전 정체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이벤트이며, 오이 캐릭들을 기본값으로 두고 진행된다는 말이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니 밑줄 죽죽 긋고 시작하자.

 

 

1.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버리셨다

뉴오이 공백기간이 20년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릭 그레이슨 씨는 현재 대략 35세가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리버스는 뉴오이 설정을 뼈대로 한다.

뉴오이에서 배트맨 제로이어(오리진)와 올법 사이의 공백은 5년이다. 당연히 뱃팸의 나이가 전부 조정되었고 또 당연하게도 욕을 먹었다. 결국 리버스에 와서 '사실 5년의 공백이 더 있었다'는 되도 않는 말과 함께 5+5 도합 10년으로 연장되었다.

뉴오이 나윙은 당시 솔로 타이틀 작가인 카일 히긴스 피셜 21세다. 즉, 딕이 로빈이 된 나이는 대략 15~16세가 된다.

그로 인해 뉴오이 나윙 (딕로빈)오리진 이슈에서 딕은 청소년으로 묘사되며, 포에버이블 이후 히어로들의 오리진을 다시 정리한 시크릿 오리진스 시리즈에서도 역시 청소년으로 묘사된다.(이때 딕로빈 오리진의 세부내용이 몇 가지 변경되었는데도 나이대는 청소년 그대로였음)

리버스에서 5년이 더 추가되었으니 로빈 나이도 다시 10세 정도로 조정된 것이 아닌가? 할 수 있는데, 아니다.

Grayson #19

그레이슨 #19를 보면 15세에 로빈이 되었다는 설정이 다시 나온다. 이 다음인 그레이슨 #20은 그레이슨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이슈이며, 마지막 장면에서 리버스로 계속 이어짐을 확실히 보여주며 끝난다. 15세에 로빈이 되었다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말이다. 거기다 리버스 이후 오리진이 다시 쓰인 적 또한 없다.

아마 5G인지 뭔지 때문에 20년으로 또 수정할 셈인가 본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뉴오이 이전과 이후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연대기 정리는 불가능할 것이다. 포스트 크라이시스와 뉴오이는 이론상 시간축을 공유할 수 없거든. 

 

 

2. 시크릿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옥상에서 청장님을 만나고 있었다고 들었다. (경찰 측에선) 고든 청장을 암살하려다 빗맞힌 거라 추측한다.'

'경찰 측에서 말하길, (기억을 잃기 전) 당신은 치안과 관련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그리고 이 일로 고든과 옥상에서 만났을 것이다)고 한다.'

앞서 옥상에서 고든이 지원 요청을 했으나 배트맨이 시간이 없다며 나윙을 어딘가로 데리고 가버린 장면과 연결 지어 보면 배트맨이 나윙에게 적절한 조치를 한 후 고든과 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알리바이는 필연적으로 나이트윙의 정체를 고든이 알 수밖에 없게 만든다.

여기에 배트맨이 릭에게 나이트윙이 아니라 딕 그레이슨으로 병원에 데리고 온 거니 걱정 말라는 말을 하고, 릭이 정말로 기억이 없는 걸 확인하자 병원 복도에서 맨손으로 벽을 부수고 가버리는 장면들을 이어 보면 배트맨에게 시크릿 아이덴티티란 대체 무엇인가 새삼 고민하게 된다.

 

 

3. 놀랍게도 이것은 연속되는 이야기다

상담에서 릭은 이미 수만 번은 되새김질한 것 같은 어린 시절.. 서커스.. 웅앵하다가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는 어느 날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마 블러드 헤이븐이었을 거라고.

말인 즉 딕이 블러드 헤이븐을 처음 방문한 것은 로빈이 되기 전이라는 말이다.

뉴오이는 리부트고 블러드 헤이븐을 없는 취급 했으니 헤이븐 첫 방문 설정이 지금 나온 게 무슨 문젠가 싶을 것이다.

팀 실리가 그레이슨부터 리버스 나윙까지 담당하면서 프리플포 설정들을 좀 가져다 썼는데 그중 하나가 블러드 헤이븐-물론 지리적 위치와 명칭만 같은 전혀 다른 도시-이다.

Nightwing Rebirth Vol. 2

나이트윙 리버스 #9에서 악몽을 다루는 빌런에게 고통받는 나윙을 도와주기 위해 나윙의 꿈 속에 함께 들어간 포스트 크라이시스 슈퍼맨은, 나윙을 안정시키기 위해 꿈 속에서 블러드 헤이븐을 불러온다. 이때 나윙은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친숙한 느낌이 든다고 하며, 사건이 끝난 후 새출발을 위해 블러드 헤이븐으로 향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딕이 나윙 이전에 블러드 헤이븐을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무슨 얘길 하는지 알겠지. 근데 이게 다가 아녀.

Nightwing Rebirth Vol. 6

실리 런이 5권으로 마무리되고 잠시간 나윙 타이틀이 방황하던 시절인 6권.

헤이븐에 대한 추억팔이를 하는 장면이 나오며 여기선 또 딕이 헤이븐에 처음 간 날은 로빈일 때라고 나온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두 번째 방문은 로빈 은퇴와 나윙 사이 대학생 시절이라고 한다.

이미 있는 블러드 헤이븐 설정이 한 번 수정되었는데도 또다시 로빈이 되기 전 헤이븐에 처음 가봤다고 재설정을 했다는 거다.

거기다 바로 다음 페이지를 보면 릭이 부모님과 유독 가까웠던 건 자신에게 형제가 없고 우리가 정착하지 않는 삶을 살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하는데, 뉴오이부터 할리 서커스단 시절 딕은 또래 친구들과 형제처럼 자란 걸로 설정이 변경되었습니다 선생님. 올법과 관련된 설정인데 올법 이야기를 쓰시면서 이 설정을 무시하시면 우째요..

정녕 리버스 나이트윙을 쓰는 사람들 중에 이전 이슈를 읽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건가.

 

 

4. 우리 애 아닌데요

이 애뉴얼 이슈는 처음부터 끝까지 블러드 헤이븐에서 경험한 (릭 기준) 이상적인 가족과 뱃팸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딕이 얼마나 '정상적인'삶을 갈망하는지 강조한다.

뉴오이 시작부터 계속 거슬리던 몇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이 '딕은 안정적인 삶을 동경하고 도미노를 쓰지 않는 시간 동안 이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는 설정이다.

전반적으로 프리플포 나윙은 본인의 정체성이 서커스단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한 곳에 정착하기 힘든 모험가형임을 알고 있고, 이 사실을 아무런 문제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서커스 출신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존과 메리 그레이슨도 마찬가지다. 프리플포 딕은 부모님의 죽음을 상기하기보단 살아생전 그들이 자신에게 주었던 긍정적인 영향을 추억하며 살아간다. 그 기억 속의 존은 자신이 공중그네 곡예사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메리의 경우 '평범한' 치위생사였다가 존과 사랑에 빠진 후 과감히 서커스 단의 삶에 뛰어든다. 세 캐릭터 모두 이 이슈에 나온 것처럼 정착하지 않는 자신들의 삶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며 진짜 집이니 뭐니 운운할 캐릭터들이 아니다.

(틴) 타이탄즈가 그 대표적이 예다. 어느 시기든 (틴) 타이탄즈란 팀의 정체성은 항상 한 단어로 정의된다. 가족

타이탄즈 데빈 그레이슨 런 시작부에 월리가 타이탄즈 재결합을 제안하자 딕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절한다. 그에 월리는 딕에게 '네가 너의 멘토처럼 홀로 고립돼가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다. 너에겐 이 팀이 필요하다'라고 설득한다.

맞다. 딕에겐 가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게 가족이란 할리 서커스단이며 뱃팸이며 (틴) 타이탄즈이며 블러드 헤이븐 빌라의 주민들이며 아웃사이더즈, JLA 등 모든 히어로 커뮤니티의 히어로들이다.

딕 그레이슨이 머무는 곳과 그의 곁을 함께 하는 이들이 곧 그의 집이자 가족이다.

왜 딕이 정석적인 형태의 가족을 원해야 할까. 대체 왜?

아마 뉴오이에 들어 딕 그레이슨이란 캐릭터의 인맥이 모두 삭제된 것과 관련이 깊지 않을까 싶다. 타이틀명이 나이트윙인데 로빈 오리진만 있고 나이트윙 오리진이 없다는 건 저들이 보기에도 퍽 웃긴 꼬락서니지 않을까.

지금 리버스를 통해 돌려놓은 척하는 척 딕슨 런은 또 어떤가. 여기서 나윙이 헤이븐에 정착하기로 한건 배트맨이 부탁한 '히어로 일'을 하다가였고 같은 이유로 직업을 가지며 그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과 물 흐르듯 가족을 이룬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볼까. 나이트윙이 처음 등장한 뉴 틴 타이탄즈: 유다의 계약에서 딕은 이제 자신은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로빈을 이어나갈 순 없다며 은퇴-물론 히어로 활동은 계속함-를 선언한다.  이는 딕이 성인이 되면서 미성숙함(로빈)에서 성숙함(나이트 윙)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은유한다.

프리플포 나이트윙의 기반을 이루는 이 이야기들은 딕 그레이슨이란 캐릭터의 핵심을 보여준다. 바로 프리플포 딕은 나이트윙과 딕 그레이슨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 설정은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을 철저히 구분하는 배트맨의 설정과 시너지를 일으켜 '배트맨과 같은 오리진을 가지지만 그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는 로빈(나이트윙)의 설정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두 캐릭터 간 개성도 더욱 뚜렷하게 해 준다.

딕이 밤 활동과 낮 활동을 구분하고 낮동안 딕 그레이슨으로 있게 해 줄 안정적인 삶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설정은 대체 누구 뇌세포에서 나온 전기신호였을까. 여기다 제이슨을 껄끄러워한다는 설정과 우머나이저 설정까지 더하면 완벽한 분노 삼대장을 이룬다. 물론 프리플포 나윙도 도미노와 동떨어진 직업을 가지려고 한다. 또 여성에게 플러팅을 받으면 가볍게 맞장구쳐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잠시나마의 일탈일 뿐 딕에게는 언제나 나이트윙의 삶이 기본이며 최우선 사항이다.

더해 위 서커스단 시절을 부정적으로 표현한다는 설정으로 인해 뉴오이 이후 나이트윙의 히어로 성격 또한 '선량한 사람들의 보호자'에서 '의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렇게 상반된 캐릭터들을 두고 '이 딕이 프리플포 딕과 같은 캐릭터입니다'라는 헛소리를 해댄 것이 리버스다. 애초에 서로 정반대 선에 있는 캐릭터들을 하나의 캐릭터인양 쓰고 있다. 설정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게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온고잉 나이트윙이 처한 상황이며, 이 악순환은 슈퍼맨처럼 캐릭터를 교체하지 않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타이틀을 읽는 독자들의 고통과 함께.

 

 

5. 이 글의 목적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이 이슈에 앞서 말했던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설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슈 후반부 배트맨과 로빈(데미안)은 딕 그레이슨의 기억을 돌리기 위해 극단적인 충격요법을 시행한다. 탄식을 금할 수 없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방식이었고, 당연히 릭은 격하게 반발을 한다. 그런 릭을 (나름) 설득하기 위해 데미안은 이런 말을 한다.

너네 부모님이 총살당했을 때 아버지는 굳이 너를 거둬줄 필요가 없었다고.

그렇다. 총살 말이다.

혹시나 우리가 제대로 못 보고 지나쳤을까 봐 친절한 리처드 씨가 한 번 더 말해주기까지 한다.

로빈의 유명세만큼 오리진의 한 요소인 존과 메리의 사인, 토니 주코의 수작으로 공중그네의 줄이 끊어져 공연 중 추락사했다는 설정 역시 유명하다. 그래서 저 대화를 보는 순간 잘못 봤나 한참을 뚫어져라 봤다. 그리고 혹시 내가 놓쳤던 다른 양상의 오리진이 있었나 한 번 뒤져봤다.

Detective Comics #38

배트맨 앤솔로지 중 디텍티브 코믹스 #38, 공중그네 줄이 끊어져 추락사

Batman #129

80pg. Giant #8: More Secret Origins , 공중그네 줄이 끊어져 추락사

Batman #436

배트맨: Year 3, 공중그네 줄이 끊어져 추락사

Secret Origins #13

나이트윙: Old Friends, New Enemies, 공중그네 줄이 끊어져 추락사

Batman: Dark Victory

배트맨: 다크 빅토리, 공중그네 줄이 끊어져 추락사

Nightwing: Secret Files #1

나이트윙 4권, 공중그네 줄이 끊어져 추락사

+여기서 토니 주코가 체포 전 심장마비로 사망한다는 건 다크 빅토리 설정(디코는 체포 엔딩) = 척 딕슨 런은 다크 빅토리를 기반으로 함

New52 Secret Origins #1

뉴오이 시크릿 오리진스 #1 로빈 편, 공중그네 줄이 끊어져 추락사

New52 Secret Origins #8

뉴오이 시크릿 오리진스 #8 그레이슨 편, 공중그네 줄이 끊어져 추락사

Nightwing Rebirth Vol. 5

리버스 나이트윙 5권 중 스포한 인물에게 팩폭 날리는 장면(뉴오이와 연속되기 때문에 오리진이 따로 없음), 공중그네 줄이 끊어져 추락사

로빈의 대표적인 오리진들을 살펴보았지만 모두 알던 대로 토니 주코가 공중그네 줄에 산을 발라 공연 중 줄이 끊어져 추락사했다는 설정뿐이었다. 메인 스토리라인 내에선.

여기 존과 메리 그레이슨이 총상으로 사망한 작품이 있긴 하다.

바로 격정의 올스타 배트맨 앤 로빈이다. 여기선 존과 메리가 공연을 끝마치고 관중을 향해 인사를 하다 저격으로 사망하는 장면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면서 나온다. 릭 그레이슨과 같이, 헤드샷으로 말이다.

근데 이 올스타 뱃앤롭은 메인 스토리라인이 아니다. 원랜 맞았지만 팬들의 반응 때문인지 몰라도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유니버스(밀러버스)로 넘어가게 되었고, 현재는 멀티버스 이야기로 취급된다.

그럼 왜 메인 스토리라인에서 뜬금없이 총살 설정이 나오게 되었을까?

관련 대사가 한 번 나왔다면 그저 실수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 언급된다. 것도 서로 다른 표현으로 두 번이다.

만약 딕의 기억이 헤드샷 이후 밀러버스와 뒤섞이게 되었다고 새로이 설정했다면 릭만 이 설정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데미안이 먼저 존과 메리의 사인은 총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고로 댄 저건스는 지금 자기가 쓰는 캐릭터의 오리진을 제대로 모르고 있거나 멀티버스의 오리진을 기반으로 온고잉을 쓰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인 상태란 거다.

전자는 현재 나이트윙 작가의 캐릭터 이해도를 보여주며 후자는 온고잉 나이트윙의 설정 붕괴도를 보여준다. 고통이 끝이 없다.

 

 

6. 안 돼, 돌아가

어린 시절 추억 회상을 마치며 나오는 대사를 보면 이 헤이븐에서의 하루는 로빈이 되기 1년 정도 전이란 걸 알 수 있다.

좌) Nightwing Rebirth Annual #2                       우) New52 Secret Origins #1                            

위 두 그림의 시간차가 1년이라는 말이다. 딕의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라. 정말 대단하지 않나.

리버스 배트맨 #54였나? 톰 킹도 그렇고 이번 이슈도 그렇고 딕이 8-9세쯤에 로빈이 되었다는 프리플포 설정을 그냥 밀어붙이고 있는데 정말 개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New52 Secret Origins #1

대체 어느 세상의 9세가 맙 소속 성인들과 일대 다수의 싸움을 벌이고 다닌다는 거지? 저세상인가? 

글 시작부터 돌림노래처럼 뉴오이뉴오이거리면서 설정을 따졌던 이유는 단순 리버스 나윙이 프리플포 나윙과 동일 캐릭이라고 인정하기 싫어서도 아니고 1번 항목대로 계속 청소년으로 묘사되어 왔다는 이유때문도 아니다.

도입부에 언급했듯이 리버스는 프리플포 설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과정.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리버스 초반을 보면 여러 시간대의 자신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연출들이 있다. 이것 또한 단발성으로 기억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리버스 이슈처럼 단서를 보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 연출을 본 독자면 당연 '아 앞으로 이런 식으로 단서를 하나씩 얻어가다 어느 시점에 기억이 돌아오겠구나'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뚝 끊어지더니 현재는 기억을 찾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마치 뉴오이 설정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프리플포 설정만 가져다 쓰고 있다.

앞서 방향성을 잡아 놓은 게 있고 떡밥 던져대던 게 있으면 번거롭고 귀찮아졌더라도 그걸 따라야 할 것 아닌가. 정 귀찮으면 기억을 서서히 찾는다는 설정을 뒤집어엎는 연출을 따로 해주든 아예 오리진을 다시 써주든 어떠한 조치를 취해 줘야지. 이렇게 계속 무시하면서 리부트가 머지않았다 말하고 다니는 건 리버스가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사방에 외쳐대는 것과 다름없다.

혹시라도 헤드샷으로 인해 딕의 기억이 프리플포 때로 대체되었다는 식의 전개를 노리는 거라면 아주 어림없는 소리다.  프리플포 딕이었다면 애초에 릭 그레이슨 사태가 일어날 일이 없었을 테니까. 절대로. 그 캐릭터라 주장하고 싶은가? 일단 그 캐릭터답게 써라.

아, 디씨가 그건 알고 있을까. 프리플포에서 딕 부모님이 딕을 딕, 디키로 부른 적이 있다는 걸. 그럼 자신은 항상 리차드라 불렸다는 이 릭 그레이슨씨는 대체 어느 시간대의 누구일까?

 

 

7. 사골 법정

계속 부정적인 평가만 해왔지만 닥터 하스가 릭을 헤이븐으로 유인하기 위해 한 행동은 정말 잘 썼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하스의 대사도 보는 내내 위화감 들게 잘 썼고 리버스 배트맨 #55와 리버스 나이트윙 #50 사이 공백 동안 가장 궁금했던 부분인 '왜 얘는 고담에서 총 맞고 블러드 헤이븐에서 궁상을 떨고 있나'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습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어린 시절 이야기는 좀 오바야.

이슈 종반, 스토리 아크 명에서 스포했듯이 짜잔~ 사실 릭이 친근하게 느끼는 이들은 전부 올법! 모든 것이 올법의 손바닥 안이었습니다~ 엔딩을 위해 올법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몇 년 걸리겠지만) 딕 그레이슨이 우리 손아귀에 들어올 완벽한 밑밥을 깔아놨다며 희희 거리는 장면으로 딕이 블러드 헤이븐에서 만난 노부부와의 하루가 올법의 계획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얘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아는 사람?

올법은 오랜 기간 동안 고담에 뿌리를 내린 고담 빌런이다. 뉴오이 나이트윙에 나오는 탈론 오리진-나윙 오리진은 없지만 탈론 오리진은 있는 으메이징한 뉴오이 나윙-에서도 그레이슨과 올법의 인연은 고담에서 시작됐으며 할리 서커스단이 때마다 아이들을 넘기는 곳도 고담이다. 당연히 탈론의 활동 구역 또한 고담이다.

동화책을 가지고 싶다고 하는 딕에게 책 주인인 딸이 후에 중요한 사람에게 주려고 보관 중이라 줄 수 없다고하는 장면 다음, 올법 멤버인 닥터 하스가 릭에게 책을 건네주는 장면이 이어지는 걸로 보아 그 딸이 닥터 하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 노부부는 진짜 딕의 혈연이 아니다. 혈연이었다해도 플라잉 그레이슨과 이들은 초면이기 때문에 올법에서 충분히 고담에 거주하는 걸로 설정할 수 있다.

회상 시점은 배트맨이 활동한 시기지만 5년, 아니 20년이나 지나 눈앞에 직접 이몸등장을 날리기 전까지도 아집에 사로잡혀 전-혀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뉴오이 배트맨이 위-대하신 올법에 위협이 될 리 만무하며 딕과의 접점도 없을 때라 배트맨을 견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어처구니없는 릭 사태가 너무 길어지다보니 다들 깜빡했나본데 딕이 총에 맞아 기억을 상실한 것 또한 올법과 무관하다.

올법이 어린 딕을 굳이 블러드 헤이븐으로 유인할 이유가 전혀 없단 말이다.

닥터 하스가 약물과 상담으로 릭의 어린시절 가짜 기억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렇게 되려면 올법이 뒤에서 일을 꾸몄다는 장면 없이 릭의 기억만을 보여줘야 한다.

할리 서커스단이 고담에서 주기적으로 공연을 한다는 설정이 이미 있다. 플라잉 그레이슨과 노부부는 초면이었다. 딕과 배트맨의 유대감도 없을 시절이다. 올법은 왜 통제에 용이한 고담에서 이 일을 진행하지 않았는가.

뱃팸과의 유대감을 끊기 위해서라면 할리 서커스단을 비교대상에 넣는 걸로도 충분했다.

색채와 분위기, 가족의 의미에 대한 대비뿐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할리 서커스단과 세대를 거쳐 고담에 뿌리내린 웨인 가 사이의 대비도 있고 말이다.

이렇게 하면 앞서 만들어진 설정을 건드리지 않아도 되고 기억을 잃은 딕 그레이슨을 치료인 척 블러드 헤이븐으로 유도했다는 올법 설정도 어거지로 느껴지지 않으며 딕의 정체성은 어린 시절 서커스단으로부터 형성되었다는 프리플로 설정까지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못 하겠지. 왜냐면 뉴오이 들어서 할리 서커스단을 올법과 엮인 타락한 집단으로 만들어 놨으니까. 진심 뉴오이 최고의 쓰레기 설정. 울프만과 딕슨의 코앞에서 중지를 든다 해도 이보단 정중하지 않을까.

솔직히 아직도 올법이 왜 딕에게 집착하는 지 전혀 와닿지 않는다. 탈론은 죽음 이후 세뇌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가문이 다 무슨 소용이지.

것도 처음엔 분명 할리 서커스단에서 아이들을 제공했다는 설정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레이슨이란 이름에 집착하기 시작하더라.

설마 이 이슈에서 계속 은근하게 강조하는 타고났다는 것이 그 이유인가.. 근데 서커스 곡예사 능력이랑 암살자가 대체 뭔 상관?

좀 웃긴게, 딕이 정석적인 가정을 갈망한다는 설정과 올법이 맨날천날 마지막 그레이슨 거리는 설정을 그렇게 강조할거면 당연히 올법에서 딕에게 접근해 안정적인 가정을 제공하고 그레이슨 핏줄을 이으려는 이야기가 나와야 되는 거 아닌가? 역시 디씨 세계관 최고의 허접 집단 올빼미 법정..

기본적으로 스콧 스나이더 설정들이 겉멋 100에 실속 텅텅이라 사용할 작가가 이 텅텅인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허나 그렇게 한 작가가 아직까지도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올법이 나올 때마다 이야기가 빈약해지기만 하는 거다. 앞으로도 올법을 계속 써먹을 거면 이부분부터 해결보고 했으면 좋겠다. 제발.

 

 

8. 사족

이번 애뉴얼을 읽고 이 영양가없는 올법을 왜 계속 붙잡고 있나 생각을 해봤어.

<양덕발> 5G얘기 나왔을 때 디디오가 나윙을 비롯한 로빈들은 캐삭하지 않을거라 했다 <카더라>

tpb 속도로 읽어서 지금 저건스 런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무료배포한 이어 오브 더 빌런 #1이랑 이번 애뉴얼을 보니 릭이 저건스 런에서 탈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견적이 나오더라.

왜냐, '너희들이 좋아하는 나이트윙이 다시 돌아왔어!'로 5G홍보해야 하거든. 리버스때처럼.

아마 탈론이 된다면 세뇌된 척 올법에 잠입을 하거나 진짜로 세뇌된 후 중간부터 기억을 되찾거나-그러면서 프리플포 설정을 되돌리거나-어쨋든 5G 때까지 탈론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 또한 높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후자가 되겠지? 거기다 이어옵더빌런에서 관련 페이지가 웃는뱃과 연관 있는 걸로 보아 최악의 경우 조커화까지 될 수 있다. 그냥 얼마 전에 한 표지 트롤링이 지금 디씨에서 나이트윙이란 캐릭터가 어떤 존재인 지 한 눈에 보여주는 사례인 거다. 슬프지만 현재 디씨에서 나이트윙의 취급은 어그로용 미끼 딱 그정도일 뿐이다. 뉴오이-리버스의 행보를 보면 디씨는 프리플포 나윙을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다.

기실 위에 언급한 분노 삼대장을 모두 갖춘 시기가 프리플포에도 있었다. 바로 브루스 존스 런으로, 단 여섯 이슈 분량으로 후에 이어 받은 작가들에게 철저히 무시되며 팬들에겐 엘스월드나 없는 취급을 왕왕 받는 시기다.(단순 나윙의 캐릭터성 때문만은 아니고, 읽은 이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그런 극한의 고통이 있음) 그리고 이는 인피닛 크라이시스 직후에 나온 이야기다.

왜 릭 사태가 터지고 여론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는데도 빠르게 이 설정을 해결하지 않았을까? 당시 나이트윙 벤자민 퍼시 런이 뇌내 정보와 관련된 에피소드라 충분히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대신 계속 릭 그레이슨을 고집해서 이 지경까지 끌고 왔다. 예전 브루스 존스 런 때와 같이 그저 지금 릭 그레이슨 캐릭터가 디씨-라 쓰고 댄 디디오라 읽는다-가 추구하는 나이트윙의 모습인 것이다.

이렇게 매번 기회가 될 때마다 꾸준히 안티 히어로 패치가 된 나이트윙을 미는 걸 보면 5G가 되더라도 프리플포 나윙의 모습을 되찾기란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설정면에서 뉴오이만 두고 보면 별 문제없다. 중간중간 프리플포랑 동일인물인 척 할때마다 어이 터지지만 서로 다른 캐릭이란 건 1권을 펼치면서부터 알 수 있기 때문에 리부트됐나보다 하면 되니까. 실제로 그렇게 읽었고.

차라리 이때부터 '너네가 인정하기 싫어도 어쩔? 이미 딕 그레이슨은 리부트 됐고 우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쓸 거 거든 와츄거너두'라는 식의 태도를 고수했다면 오히려 나았을 거다. 그냥 아 구래? 그럼 안볼랭ㅎ하며 손 털면 되거든.

진짜 문제는 디씨 스스로 프리플포 딕을 '진짜' 취급하며 우리가 좋아하는 그 딕이 돌아왔다고 말하면서 전혀, 단 1도 그렇게 쓰지 않기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거다.

뉴오이 지구-2 시리즈에서 딕은 댄 아브넷이 펜을 잡기 전까지 계속 나사빠진 상태로 나오지만 그러려니하며 재밌게 뵜다. 왜? 이건 멀티버스 이야기니까.

나이트윙: 뉴오더도 히긴스가 또 히긴스했네 하면서 무난하게 봤다. 왜? 이건 엘스월드 스토리니까.

애니 영 저스티스도 드라마 타이탄즈도 딕 이름만 갖다 쓴 수준이지만 역시 재밌게 봤다. 왜? 이건 엘스월드 스토리고 코믹스로 편입되더라도 멀티버스로 분류될 이야기니까.

'인피닛 크라이시스에서 딕은 멀티버스 불변의 존재라매 왜 그렇게 안 써조 빼앵-'거리는 것도 아니고 메인 타임라인 하나 제정신으로 쓰라는게 그렇게 못 할 일인가.

이제는 5G되면서 나이트윙으로 되돌아온다 하더라도 슈퍼맨처럼 캐릭터 교체가 일어나거나 하지 않는 한 이 타이틀을 계속 볼 수 있을까 싶다. 더이상 참고 봐주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 이젠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