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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이것 봐, 디키버드!

태초마을이야!

 

 

NIGHTWING #79 스포 리뷰

 

한줄평: 없느니만 못한 이슈

 

 

분명 블러드 헤이븐 설정 다 나오고 모아서 정리한다고 말했던 거 같지만 얘기하고 가야할게 있어서 정리한다.

 

테일러 런 대단한게 이제 두 이슈 진행했는데, 벌써 딕슨 런 읽은 이들은 안다는 레퍼런스 두 개를 버러지로 전락시켰다. 이정도면 고의같은데.

딕슨 런 노숙자 장면이 왜 명장면으로 언급되는지 이해를 제대로 했다면 절대 이번 이슈처럼 쓸 리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나이트윙 순간이라 화를 넘어서 허탈하더라. 진심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원래 노숙자 레퍼런스 보고 격해진 감정에 쓰기 시작했다가 막상 그부분 쓰려니까 현타가 심하게 와서 장황하게 써놨던 글들 전부 버렸다.

어차피 나 보려고 적는 아카이브인데 대충 쓰고 말련다.

 

사실 이전 #78 리뷰에서는 일부러 불호평을 쓰지 않았다.

혹평없이 좋게만 써놨던 이유는 알프레드를 제대로 다뤄준 이슈가 없었기도 하고, 막 릭에서 딕으로 돌아왔는데 곧바로 실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행복회로였지 실제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처음 이 이슈 읽었을 때 마치 뉴오이 배트맨을 처음 읽었을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

계속 머리채 잡혀서 질질 끌려다니다가 막판에 정신승리하더니 롱 할로윈, 다크 빅토리, 나이트폴, 컨테이전, 노 맨즈 랜드, 허쉬, 워 게임 등등을 다 겪었다면서 이어 원에서도 안 할 깨달음을 뭐 대단한 거 발견한 듯이 하는 거 보고 이 덜떨어진 배트맨은 대체 뭔가 싶었는데 말이지.

그 덜떨어진게 우리애였던 것이에요, 핫하!

 

톰 테일러한테 물어보고 싶다.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캐릭터가 그 수많은 모험을 거쳐온 캐릭터로 보이냐고. 난 전혀 모르겠거든.

이 이슈만 아니라 뉴오이 이후 나윙의 전반적인 문제점이 뭔지 아나.
당최 베테랑 성인 히어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가 너무 미숙하다.
프리플포에서 굳이 나윙 타이틀 갈 거까지도 없이 로빈시절만 가지고 비교해봐도 둘의 레벨 차이는 심각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포스트 크라이시스 시기 건틀릿이나 로빈 이어원에 나오는, 막 히어로가 된 딕이 지금 온고잉 딕보다 정신적으로 단단하고 성숙하며 히어로로써도 더 노련하다.

그만큼 온고잉 딕이 미성숙하다는 거다.

저 작품들에서 로빈이 어른스럽게 그려진 것도 아니다. 보면 그냥 쇼비즈에 일찍 진출한 오진 어린이로만 보인다. 

포스트 크라이시스에서 딕이 로빈이 된 나이는 12세다. 지금의 딕은 초등학생보다 못하다.

 

대놓고 말해서,

브루스가 기습했는데 바바라가 그걸 역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

아님 브루스가 소매치기 어린애를 쫓기위해 오라클의 도움을 받는 건 어떤가?

 

나윙은 배트맨과 능력면에서 대등하다.

딕은 브루스가 해왔던 걸 전부 해냈다. 방식과 상징성의 차이는 있지만 일에 있어선 같은 효율을 낼 수 있다.

인피닛 프론티어에서 뱃팸에 나윙이 같이 묶이게 된 걸 꺼려하는 것도 이 이유때문이었다.

나윙이 뱃팸과 크로스오버를 하면 일처리 과정에서 배트맨이 추가된 것과 같은 효율이 나야하지만(물론 배트맨보다 뛰어날 순 없음) 그렇게 써주지 않을 걸 아니까.

이번에 뱃팸을 총괄하는 타이니온은 나윙을 배트맨은 커녕 다른 뱃팸보다도 하위에 놓는 경향이 있다. 스포트라이트 줄 캐릭터를 위해 딕 후려친게 이미 세 번이 넘는다.

아주 뉴오이 이후 작가 대부분이 그렇다. 톰 킹이나 팀 실리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머리꽃밭에 아크로바틱 움직임을 가진 섹스어필 캐릭터로만 그리지.

생각이란 걸 좀 하자. 아크로바틱 스킬만 있는 히어로가 어떻게 배트맨의 부재를 완벽하게 메꿀 수 있으며, 상황파악하기보다 덮어놓고 다 잘될거라고만 하는 캐릭터가 어떻게 고담시를 그렇게 통제할 수 있겠는가. 배트맨이 그정도로 대충 돌아가는 자리였단 건가.

이런 식으로 매번 경험치 다 날려버릴거라면 로빈~딕뱃시절부터 먼저 지웠어야지. 캐릭은 후려치고 싶은데 그건 포기 못하겠고 뭐하자는 건지.

나이트윙을 배트맨만큼 위대하게 써야한다는 말이 아니다.
월리와 카일이 저리에 있을 때도 배트맨이 훨씬 강한 영향력을 가졌다 묘사되지만 절대 그 둘을 배트맨의 아랫사람처럼 다루진 않는다. 무슨 말인지 알겠음?

모를 듯

나이트윙이 배트맨과 동등한 한 명의 독립된 히어로라는 걸, 같은 박쥐의 기술을 쓰지만 어떻게, 얼마나 다른 지를 여러 작가들이 오래도록 꾸준하게 말해왔는데도 불구하고 뉴오이 이후 딕은 여전히 사이드킥 레벨에 머물러 있다. 아니, 도리어 그보다 퇴화했다.

유다의 계약이 1984년작이다. 뉴오이가 시작한 2011년까지 27년동안 이걸 배트맨, 나윙, (틴)타, 아웃사이더즈, JLA, 체크메이트 등 수많은 이슈들을 거치면서 계속 증명해왔는데도 부족했던 걸까. 그럼 얼마나 더 했어야 했는지 한 번 물어나보고 싶네. 대체 여기서 몇년이 더 필요했던 건데? 한 50년이면 만족했으려나?

 

 

문제가 이것뿐만이 아니다.

난 도무지 이 이슈가 연속되는 시리즈물의 캐릭터를 쓴 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딕이라는 걸 배제하고 보면 전형적인 신생 캐릭터의 소개 이슈다. #78이야 알프레드때문에 넘어간다 쳐도 #79까지 두 개 분량을 잡아먹을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캐릭터를 다룰때 가지는 이점이 뭐겠나.

캐릭터 빌딩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된다는 거다.

나윙같은 케이스는 신규 캐릭터가 겪어야하는 '정체성의 위기와 해답을 찾는 과정'같은 건 안 써도 된다. 오히려 쓰면 안 된다.

이번 온고잉처럼 누군가의 특별한 메세지(유언)를 듣거나 특정 경험을 해야 무언가를 깨달을 단계는 수십년전에 이미 지났다. 십수년도 아닌 수십년이나.

 

딕이 방금 블러드헤이븐에 도착해서 막 짐을 푼 상태인 것도 아니고, 이미 여기서 꽤 오래 히어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다 릭 때마저 택시 운전기사를 했다는 설정이 있음에도 아직까지 자기 도시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거에 진심 이상함을 못 느끼나.

그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의 존재를 알고 있고 그가 어떤 방식으로 도시를 손에 쥐고 굴리는 지도 알고 있으면서 주변 요주의 인물인 멜린다 주코도 알아보지 못한다. 주코여서가 아니라 그의 사회적 위치때문에 알아 봤어야 했다. = 범죄의 실상을 알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자료수집조차 안 하고 방관하고 있었다.

애초에 저부분을 인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무얼해야할 지에 대해 태평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부터 어색하지 않나.

 

#78-79에서 쓰인 주소재들이 '갑작스런 부를 어떻게 다룰 것이가'와 '주코의 의미'인데, 둘 다 프리플포, 뉴오이 양 시간축에서 다뤘던 소재들이다. 이미 이 주제에 대한 캐릭터의 생각과 행동의 방향성이 결론났기 때문에 연속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면 결과값만 가져와야지 그 과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써먹기 좋게도 프리플포, 뉴오이에서 정확히 반대되는 결론을 각각 내렸다. 입맛에 맞는 설정으로 가져와서 쓰기만 하면 되었다.

이런 식으로 같은 소재에 대해서 만약을 곁들여 이전과 다른 과정과 결과로 재구성하는 것을 뭐라 지칭하는 지 아나?

바로 엘스월드다.

 

소매치기 잡았을 때 아이가 누군가 자신들을 해친다는 정보를 주었는데도 딕은 그거에 대해 의문을 표하지 않는다. 이건 히어로 이전에 일반 성인이 들었어도 누가 너희를 다치게한다는 거냐며 물어볼 말이었다. 거기다 아이가 해당 인물을 특정하고 있었는데도 나윙은 이 말에 담긴 정보를 전혀 캐치하지 못 하고는 로빈 이어원에서도 안 할 깨달음을 갑자기 얻는다.

프리플포 나윙은 루시우스가 불려놓은 부모님의 유산을 물려받았을 때 어떻게 하면 이 돈을 의미있게 쓸까하는 식의 고민을 하지 않았다. 왜인 줄 아나?

딕은 자신이 이미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거든.

이전에 뉴오이 이후 나윙 타이틀 중 퍼시 런만 좋게 평가한 이유가 여기있다. 벤자민 퍼시만이 유일하게 이 캐릭터를 베테랑 성인 캐릭터로 다뤘다.

 

이번 인피닛 프론티어에서 딕만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 중, 히어로 시작점으로 돌아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앉아있는 건 나윙 타이틀밖에 없을 것이다.

 

 

이 이슈를 보고 깨달았다. 울프먼-딕슨 기반 포스트 크라이시스 수준의 나이트윙은 더이상 볼 수 없을 거라는 걸.

프리플포 딕 그레이슨은 이제 없어. 뉴오이 시작과 함께 죽었어.

 

뉴오이 초반에 허탈함에 몇달동안 코믹스 자체를 잡지 않았는데 지금이 딱 그때와 같다.
그냥 한동안은 온고잉에서 손 떼야겠다.

안그래도 설정 정리한다고 팀 실리 런 다시 보는 거 시간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굳이 진행할 필요도 없을 듯. 수고 덜어주고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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